소설 《트러스트》 어 구성 재밌는디?????

《트러스트Trust》

에르난 디아스, 문학동네
번역: 강동혁
분량: 488쪽, 약 28.9만자

 

트러스트

첫 작품 『먼 곳에서』(2017)가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단숨에 미국 문단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젊은 거장 에르난 디아스. 그가 두번째 장편소설 『트러스트』로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2022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작품은 연말 각종 언론 매체가 선정하는 올해의 책 리스트에 거의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타임〉에서 올해의 책 top 10으로 선정된 것을 포함해 〈뉴요커〉 〈보스턴 글로브〉 〈가디언〉 〈보그〉, NPR 등 서른 개가 훌쩍 넘는 매체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올해의 책으로 뽑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커커스상을 수상하고 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과 작가의 탁월함을 입증했다. 1920년대 월 스트리트를 주요 배경으로 한 『트러스트』는 금융계에서 전설적인 성공을 거두며 어마어마한 부를 쌓은 앤드루 베벨과 밀드레드 베벨 부부에 대해 네 가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펼쳐나가면서 경제, 금융, 돈, 권력, 계급 등 오늘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를 다룬다. 소설의 제목 ‘트러스트(Trust)’는 신뢰, 신탁, 위탁, 기업합동 등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는 단어로, 같은 인물에 대한 여러 이야기 중 어느 이야기가 신뢰할 만한지, 어느 서술을 믿을 것인지 등의 질문을 담은 중의적 의미로 쓰였다. ‘트러스트’라는 제목이 신뢰와 믿음이라는 가치뿐 아니라 기업합동이라는 경제적 개념을 의미하듯, 이 소설 또한 여러 영역의 ‘트러스트’를 모두 탐구한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텍스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어떤 내러티브를 믿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앤드루 베벨과 밀드레드 베벨의 결혼생활을 통해 부부 사이의 신뢰를 이야기하며, 인간사 전체에서 신뢰와 배신이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그러는 한편으로 작가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전능함을 가졌지만 동시에 비실재적이고 허구적인 존재로서의 ‘돈’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철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20세기 초 주식시장과 금융계를 사실적으로 그리며 월 스트리트로 대변되는 금융자본의 특성과 그 추상적인 구조를 파헤치고, 부와 권력이라는 신화의 허상을 우리 앞에 낱낱이 드러낸다. 그리고 자본주의, 금융, 권력, 계급과 같은, 시대를 초월해 현재에도 여전히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저자

에르난 디아스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3.02.24

 

 

별점 : ❤❤❤❤
아 재밌게 읽었다! 무려 다 알고 한 번쯤 또 읽어도 재밌을 것 같음

❤❤❤❤❤ 남한테 추천하고 싶어서 안달이 남. 제발 세상 모두가 읽어 줬으면 좋겠고 내가 한 추천이라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음.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이 자랑스러움. 두 번 이상 봤거나 두 번 이상 볼 의향이 100퍼센트 있음.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음. 작가를 존경함. 당연히 필수 소장. 영원히.

❤❤❤❤ 무인도에 가져가기까지 할 건 아니지만 적당히 주제나 소재나 취향이 맞는다면 남한테 추천하기에 거리낌과 부끄러움이 없음. 소장할 가치도 있음. 이 험난한 대부동산의 시대에 감히 책꽂이를 차지할 가치가 있다는 뜻. (물론 나는 이제 전자책파라서 별 다섯 개 아니면 종이책 안 사기는 하는데 아무튼 그렇다는 뜻임.)

❤❤❤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고 좋았다!지만 굳~이 두 번까진 안 봄.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이 작가 책을 한 번 정도 더 시도or확인해 볼 의향까지는 있음. 딱 이런 걸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 가능.

❤❤ 위랑 살짝 비슷하긴 한데, 저거보다 좀 부족한 책들. 뭔가 부족한 지점이 확실히 보임. 세상에 좋은 책이 너무 많고 나는 게으르기 때문에 이 작가 책을 두 번 볼 일은 어지간하면 일어나지 않을 듯. 이제 이걸 추천하기는 자존심이 좀 상함.

❤💔 나빴던 거. 시간이 아까움.

💔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함.

 

원래 '글 속의 글'이라는 장치?를 좀 좋아함. 되게 흥미로워하고... 일단 글 속의 글이 있다고 하면 흥미를 가지는 편. 그러면서도 이게 되게 쓰기 까다로운 지점일 거라고 생각되는 게... 자... 좀 복잡하다... 

1차 관문. 글 자체나 글 속의 글이나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질 때가 많음. 문체가 똑같은 느낌. 헷갈림 방지를 위해 글 자체를 A라고 하고, A 속의 글을 B라고 하면 B는 A 속 캐릭터가 쓴 글이어야 하는데 A나 B나 A작가가 쓴 글이라는 게 너무 보일 때 좀 식을 수밖에 없잖아. 트러스트라고 치면 A는 에르난 디아스가 쓴 거고 B는 해럴드 배너(외 3인)가 쓴 건데 A나 B나 다 에르난 디아스가 쓴 것처럼 보이면 아 작가가 이 형식을 시도하기에는 역량이 딸리는구나 싶은 거지.

2차 관문. 나는 에세이가 아닌 이상에야 소설 속에 작가 본인이 너무 노골적으로 투영되면 꼴사납다고 생각해. 사상 같은 건 당연히 상관없어. 근데... 걍 그런 글들이 있어... 내 말이 뭔지... 알 사람은 알 거라고 생각함... (나 최근에 ㅂㅅㅇ 책 실수로 두 권째 읽었다가 영원히 그 작가를 싫어하게 됨 당분간 비슷한 책 근처로도 안 갈 것임) 그러니까 만약 B가 소설이라면 그 꼴사나움 방지를 두 차례에 걸쳐서 해야 함. B가 소설이면 B를 쓴 저자 캐릭터의 의도도 교묘하게 숨겨야 하고, 그 B가 들어 있는 A 작가도 숨겨야 한다는 뜻임.

야 이거 보통 아니다 그쟈 그리고 내 기준 트러스트는 이 두 관문을 모두 통과했음.

사실 스포당하기 싫어서 사전 정보 아예 없이 '트러스트'라는 제목만 알고 읽기 시작해서 차례 보면서도 차례가 되게 독특하네... 정도만 생각했고, 챕터1 지나고... 어디지 아무튼 중간에 알았단 말이야. 이 책 전체가 글 속의 글... 그러니까 A 자체가 B, C, D, E로만 이루어진 소설이라는 걸 ㅇㅇ 중간에 알았어. 와... 근데 좀 잘했던 것 같아... 소름 쭉 끼치던데...

진짜 좀 신기하다고 생각했어. '글 속의 글'이라는 소재가 문학사에 최초로 등장한 게 언제일진 모르겠지만 까마득한 옛날일 것이고, 등장인물의 편지나 일기 자체가 하나의 글인... 말하자면 약간 변형된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글도 그리 독특하거나 새로운 형식은 아니잖아. 근데 이건... 이건 처음 아니야...? 걍 내가 무지해서 처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암튼 난 각기 다른 등장인물이 쓴 각기 다른 형식의 글들이 하나의 내러티브를 이루는 글은 처음 봤어. 이거 정말 재밌더라. 누구 말이 진짜지? 그래서 '본질'이 뭐지? 진짜 있었던 일은 뭐지?? 하면서... 심지어 약간 스릴러 느낌도 났음.

암튼 글속의글 장치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거야말로

내가

기다려온

페미니즘 소설이다.

나 솔직히 한국 문단에 조금............................................... 그래... 알아... 알지... 약자의 목소리를 막을 생각인 건 정말 아냐... 아닌데... 근데 그냥 너무 대놓고 여성장애인성소수자기타등등사회에서소외된약자의이야기!!!!! 이런 거 정말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온 지도 이제 너무 오래되지 않았어...? 82년생 김지영도 그 초반 주자가 아닌데 그 이후로도 지금 계속되고 있잖아... 물론 이런 게 아직 잘 팔린다는 건 아직 이런 노골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뜻이겠지. 근데 솔직히 나는 조금... 질려... 그래 솔직히 인정할게... 

약간 어떤 느낌이냐면.

대학생 때 알던 동생이 하나 있어. 정말 항상 밝고 쾌활하고 다정하고 평화로운 애였어. 늘 웃고 있어서 그냥 그 애랑 한자리에 있으면 기분이 들뜨고 좋았어. 그리고 나중에 내가 그 비결을 물어봤는데 걔가 약간 수줍지만 당당하게 그랬단 말이야. 자기는 어디 신자고, 그 신이랑 함께해서 그럴 수 있는 거라고. 난 그때 진심으로 '이런 에너지를 주는, 이런 사람을 만드는 신이라면 나도 믿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음. 난 사람을 진짜 잘 까먹는 사람인데... 그 말을 하는 그 애의 환하고 당당하고 맑고 순수한 얼굴이 아직도 기억남.

난 이런 방식의 소설을 원해. 뭔지 알겠지... 전도로써 전도하는 게 아니라 내 삶의 방식으로써 전도하는 신자 같은 페미니즘 소설을 원한다고...... 그래... 그게 나한테는 트러스트였어. 너무 반가웠어...

 

아 근데 좀 초반에 지루한 구간 있긴 했어 다른 칭구들 얘기도 들어 봤는데 나만 그런 건 아니었던 듯...? 집중하기 좀 어려웠다 그랬던가... 나는 중간인가 중간 좀 뒤에서부터는 멱살 잡혔는데 아닌 칭구도 있었던 것 같음.

그래도 재밌었어. 이 정도면... 책 읽은 나의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지.

 

 

밑줄

시간은 지속적인 가려움이 되었다. 30

 

그곳의 침묵에는 침착한 자신감이 있었다. 마치 조금만 노력하면 침묵이 언제나 이길 수 있다는 걸 아는 듯했다. 106

 

그녀는 외로움에 대한 취향을 잃었다. 160

 

그런 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는 건 바보뿐이에요. 우리가 결정을 내릴 때마다 실현되기를 원하는 미래가 난입하죠. 미래는 최선을 다해 과거가 되려고 해요. 미래를 단순한 공상과 구분해주는 건 바로 이 점이에요. 미래는 일어난다는 것. 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