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1코스 수락산 코스 : 둘레길 쉽다고 누가 그랬냐 아니 진짜 누구냐고

 

일단 결론부터 얘기할게 내가 오만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건의 발단은 그놈의 성산일출봉이었음......................................... 아니 내가 요가 반년? 9개월 했나 이제 아무튼 그 정도 하고서 몸에 체력이 좀 붙은 것 같은 거야^^... 성산일출봉이 하나도 힘들지가 않은 거야...... 그리고 문제의 단어... '페이스메이커'................ 아니 성산일출봉 같이 올라가던 언니가... 나더러 페이스메이커가 너무 빨라ㅠ 이랬거든 근데 그 단어를 들으니까 진심 너무 행복한 거야 주변 사람 50명한테 자랑함 내 평생에 내가 그런 말을 들어 보다니? 평생 어느 무리에서든 체력 최하위에 속해 있던 내가? 페이스메이커 뒤통수도 본 적 없고 맨 뒤에서 헉헉거리며 기어가던 내가??? 페이스메이커라고??? 난 그 단어에 취해 버림...................

 

 

그리고 이번 제주 다이빙도 너무너무 좋았단 말이야 물뽕 맞았단 말이야 그래서 오늘 아침에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불현듯 벌떡 일어나서 오늘 당장 제주에 가야겠다고 생각함 smb 연습도 더 하고 싶고 킥도 좀 배우고 해야겠다 생각했어 한 일주일 제주에서 지내면서 다이빙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면 딱이겠다 아님?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내가 아직도 노트북을 안 고쳤다는 건데 어차피 요새 일 안 들어와서 백수니까 괜찮겠지^^

 

 

근데 생각해 보니 나는... 우리 다이빙팀에서 100로그 축하파티 받기로 계획되어 있단 말이야ㅠ...... 105로그 축하 이런 걸 받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다시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벌떡 일어남 그동안 존재만 알고 있고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둘레길에 가 보는 건 어떨까 둘레길은 다 쉽다던데 산책길이라던데 성산일출봉 정도 되지 않을까??? 성산일출봉 너무 재밌었는데????? 마침 시작하기도 좋게 1코스가 우리 집 바로 근처에 있었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딱이야

 

그렇게 순조롭게 지옥행 ㄱ

 

 

 

 

'상' 코스라는데... 아니 뭐 상이면 얼마나 상이겠어~~ 지도에서 보니 걍 산에는 올라가지도 않은 정도 같은데? 생각했지

 

그리고 1코스 시작점 창포원에서 기세 좋게 그 뭐냐... 스탬프 찍는 종이도 받았음 아주 설레고 기분이 좋았어...

 

 

 

 

왜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1코스'만 보고 그 아래 쓰여 있는 6.3키로는 보지 못했을까...? 이 사진 올리면서 지금 처음 봄... 애초에 내 깜냥에 될 게 아니었네 

아니 근데 처음에는 기분이 진짜 좋았어 너무 설레고 힘차고... 길들이 그랬음ㅇㅇ

 

 

 

봐 봐 길이 너무나도 평지잖아...? 그냥 싱그러운 공원이잖아 누가 봐도 '길'이잖아 이게 내가 생각했던 둘레'길'이란 말이야......

 

 

 

 

근데 뭔가 점점 수상해짐 점점 길이 아니라 산길이 되어 감... 사람이 점점 없어짐... 근데 여기까지도 괜찮았어 ㅇㅇ 아직은 가뿐했고 성산일출봉 정도가 아니었어 정말 산'길'이엇음 

 

 

 

 

야무지게 준비까지 해 간 나의 누디로 인증샷도 찍고 노래도 흥얼거리고 ㅇㅇ... 아직 쾌적했어 그리고 내 눈앞에 나타난... 그리고 또 나타난... 그리고 또 나타나고 또 나타나고 또 나타난... 계단.............................

 

 

 

 

내가 올라가다 너무 힘들어서 보니까 50분 왔더라고? 그리고 나는 정신 못 차리는 새에 어느새... '산'에 있었ㅆ음... 걍 누가 봐도 산인 산................. 아니 둘레'길'이라며... 이럴 거면 둘레'산'이라고 하라고........................... 근데......... 난 이미 50분을 왔는데... 지도로 확인해 보니까 이제 겨우 반 온 거야^^... 여기서부터 이제 본격적으로 여친에게 임종을 알렸음ㅇㅇ

 

 

 

진짜 제일 힘들었던 게 뭐냐면... 쉴 수 없다는 점이었어............................ 진짜 잠깐 멈춰서 사진 한 장 찍으면 모기 500마리가 달려들어서 나를 빨아묵음.......... ㄹㅇ 진짜 사진 한 장 찍고 말벌 아저씨처럼 헐레벌떡 도망가야 됨... 글고 그냥 걸으면서 내내 내 양팔은 자동차 와이퍼다 생각하고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휘저어야 됨

 

 

 

 

진심 내내 이러고 갔음..................................

 

그리고 이쯤 지점에서... 나는 미친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몸이 무거워서

물통에 있는 물을 다 버림

ㅋ

ㅋㅋㅋㅋ

ㅋ

ㅋㅋㅋㅋㅋ

ㅋ

ㅋ

ㅋㅋㅋ

 

물 다 버리니까 가벼워서 좋더라^^~~!!! (한... 5분 정도 좋았음)

 

그리고 계단이 계속 나옴 또 나오고 또 나오고 또 나옴 온몸이 땀으로 푹 젖었고 smb 쏘고 구조되고 싶고 내 입에 호흡기 물려주면 좋겠고 그냥 여기서 어두워질 때까지 모기밥이 되고 있다가 구조되는 게 아주 좋은 작전 같았어 그래서 주저앉았는데 앉자마자 내 몸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거야... 걷느라 몰랐던 열기가 어마어마하게................ 내 몸이 너무 뜨거웠어... 그래서 그냥 다시 일어나서... 계속 올라갔음... 제우스를 속여먹고 영원히 산을 오르는 형벌을 받은 시시포스의 마음으로.............................

 

 

 

고작 반 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고... 슬슬... 성산일출봉을 힘들게 올라가던 세 명의 좀비들이 떠오르고.,.. 그들의 마음이 너무 이해되고... 왜 그들이 저 아름다운 뷰를 쳐다도 보지 않고 바닥만 보면서 올라갔는지를 몸으로 배웠어...

 

내가 오만했지... 난 내가 이제 허약하지 않다고... 착각했던 거야 나는... 나는 그런 급이 아닌데................

 

 

 

 

너무 힘들어서 음성인식으로 쳤더니... 이제 보니 말이 이상하네 암튼 내가 죽어가는 걸 뽀삐가 아주 좋아하더라...^^.............. 뭘 웃어 순장 들어갈 준비나 해...

 

 

이렇게 힘들게 죽어가고 성산일출봉에서의 내 모습을 부끄러이 여기며 올라가다가 목이 너무 마르지만 이미 다 버렸고 모기가 나를 쫓아오고 이러다가................. 마침내 포토존이 등장함...

 

(심지어 정상도 아니더라... 정상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올라가는 걸까...)

 

 

 

 

또 그 와중에 포토존을 지나칠 순 없었던 나^^............. 근데 이렇게 보니까 나 진짜 마르긴 했다 흠... 그러고 보니 최근에 힝구랑 지호한테 나 옛날에 살 쪘던 모습 자랑한다고 받아둔 사진이 있었는데

 

오 그 사진 찾는다고 갤러리 내려가다가 성산일출봉 사진 

 

 

 

 

진짜 멋있긴 했어... 사람들이 관광 왜 하는지 알겠더라고... (등산은 왜 하는지 모르겠음) 힘도 하나도 안 들고 모기도 없고 너무 좋았지^^.................................

 

흠 그 자랑했던 사진 말고 다른 사진 찾았다

 

 

 

 

이렇게 보니까 정말 다른 사람 같네... 이때 인생 최고 몸무게 69였고 오늘은 48임... 그냥 배달 음식 좀 끊었을 뿐인데 이렇게 빠지다니...... 암튼... 포토존 오니까 나름대로 바람도 불고... 이상하게 포토존에는 모기도 많이 없어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어디까지 햇더라 아무튼 그러다가...

 

 

 

 

이거 봤을 때 진짜 감격했다...... 정말... 정말 정말... 뭐 해냈다고 뿌듯하고 그런 게 아니라 이제 드디어 이 공간에서 탈출해 쾌적한 현대 문명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감동.......... 모기가 없고 에어컨이 있는 쾌적한... 근데 좀 이상했던 게 나는 분명 1코스를 걸었거든?

 

 

 

 

왼쪽이 둘레길 홈페이지에서 안내하는 지도고 오른쪽이 내 삼성헬스 기록인데 똑같잖아 ㅇㅇ 거꾸로 간 것도 아니었고 맞게 갔어 1코스를 갔따고 나는

근데

 

 

 

 

왜 수락산 코스 스탬프가 아니라 덕릉고개 코스 스탬프를 주는 거지................................? 왜...??? 난 덕릉고개가 어딘지 몰라......;;;;; 아니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창포원에... 수락산 코스 스탬프가 있었거든...? 물론 무시했지 아니 세상에 출발하면서 스탬프 찍는 사람이 어딨어......??? 그래서 난... 애먼 코스 스탬프를... 간직하게 됨........

 

그리고... 스탬프를 찍었는데도 끝이 안 나더라.............................. 이때쯤 여친한테 또 톡했음 뽀삐야 지하철 소리가 들려 문명의 소리가 근데 나는 아직 산이고 벗어날 수 없어 난 여기 갇혀 버린 걸까 스탬프만 찍고 돌아가지 못하는 걸까...

 

 

암튼

그렇게 내려오자마자 나는 진짜... 진짜 다급하게 택시를 불렀다......

 

그리고...

 

2코스도 가 보고 싶다 ㅎㅎㅎㅎㅎ 재밌었던 것 같은데??? 할 만한 것 같은데? 너무 좋던데??? 2코스도 빠른 시간 안에 가 봐야지~~

 

 

 

 

캬 뿌듯하다 뿌듯해 모기 퇴치제랑 손수건만 들고 가면 2코스도 쾌적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