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종의 기원》 : 폭력적인 얄팍함

《종의 기원》

정유정, 은행나무
384쪽

 

 

종의 기원

펴내는 작품마다 압도적인 서사와 폭발적인 이야기의 힘으로 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작가 정유정의 장편소설 『종의 기원』. 전작 《28》 이후 3년 만에 펴낸 이 작품을 작가는 이렇게 정의한다.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라고.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미지의 세계가 아닌 인간, 그 내면 깊숙한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지금껏 ‘악’에 대한 시선을 집요하게 유지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 이르러 ‘악’ 그 자체가 되어 놀라운 통찰력으로 ‘악’의 심연을 치밀하게 그려보인다. 영혼이 사라진 인간의 내면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그 누구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던 ‘악’의 속살을 보여주고자 한다. 가족여행에서 사고로 아버지와 한 살 터울의 형을 잃은 후 정신과 의사인 이모가 처방해준 정체불명의 약을 매일 거르지 않고 먹기 시작한 유진은 주목받는 수영선수로 활약하던 열여섯 살에 약을 끊고 경기에 출전했다가 그 대가로 경기 도중 첫 번째 발작을 일으키고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없이 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약과 늘 주눅 들게 하는 어머니의 철저한 규칙, 그리고 자신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듯한 기분 나쁜 이모의 감시 아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었던 유진은 가끔씩 약을 끊고 어머니 몰래 밤 외출을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왔다. 이번에도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며칠간 끊은 상태였고, 그래서 전날 밤 ‘개병’이 도져 외출을 했었던 유진은 자리에 누워 곧 시작될 발작을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의 집에 양자로 들어와 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해진의 전화를 받는다. 어젯밤부터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집에 별일 없는지 묻는 해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유진은 피투성이인 방 안과, 마찬가지로 피범벅이 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핏자국을 따라, 아파트 복층에 있는 자기 방에서 나와 계단을 지나 거실로 내려온 유진은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보게 되는데…….

저자

정유정

출판

은행나무

출판일

2016.05.16

 

 

 

별점: 💔
나 한때 정유정 작가 사인회인지 뭔지도 간 사람인데 진짜 싫다 이제

❤❤❤❤❤ 남한테 추천하고 싶어서 안달이 남. 제발 세상 모두가 읽어 줬으면 좋겠고 내가 한 추천이라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음.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이 자랑스러움. 두 번 이상 봤거나 두 번 이상 볼 의향이 100퍼센트 있음.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음. 작가를 존경함. 당연히 필수 소장. 영원히.

❤❤❤❤ 무인도에 가져가기까지 할 건 아니지만 적당히 주제나 소재나 취향이 맞는다면 남한테 추천하기에 거리낌과 부끄러움이 없음. 소장할 가치도 있음. 이 험난한 대부동산의 시대에 감히 책꽂이를 차지할 가치가 있다는 뜻. (물론 나는 이제 전자책파라서 별 다섯 개 아니면 종이책 안 사기는 하는데 아무튼 그렇다는 뜻임.)

❤❤❤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고 좋았다!지만 굳~이 두 번까진 안 봄.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이 작가 책을 한 번 정도 더 시도or확인해 볼 의향까지는 있음. 딱 이런 걸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 가능.

❤❤ 위랑 살짝 비슷하긴 한데, 저거보다 좀 부족한 책들. 뭔가 부족한 지점이 확실히 보임. 세상에 좋은 책이 너무 많고 나는 게으르기 때문에 이 작가 책을 두 번 볼 일은 어지간하면 일어나지 않을 듯. 이제 이걸 추천하기는 자존심이 좀 상함.

❤💔 나빴던 거. 시간이 아까움.

💔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함.

 

 

스포 무조건 있음
스포 무조건 있음
스포 무조건 있음
비난 혹평 있음
난 경고했다

 

 

거부할 수 없는 추천을 받아 결국 다시 정유정을 잡았다. 내 기억에 아마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에 무슨 히말라야 여행기까지 읽고 그 이후로 정유정을 끊었는데. 작가 사인회까지 갔을 정도로 좋아했다지만 끊을 때의 감상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같은 작가구나'였음. 어렸을 때나 재미있게 흥미 본위로 읽지 나이 차고서 읽을 법한 글은 아니구나 싶었다. 더해서 다 고만고만하다는 것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때 느꼈던 감상과 비슷했고. 물론 베르나르가 훨씬 낫지. 그 사람은 적어도 누구를 공격하는 글을 쓰진 않잖아.

그리고 한 십 년 정도 전에 끊었던 작가를 다시 읽으니 역시 괴롭다. 끊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건데.

 

애초에 깜냥 안 될 제목 선정부터 불쾌했음. '종의 기원'이라니. 내가 기억하기로 정유정은 종의 기원을 논할 만큼 고민이 깊은 작가는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소설로 내 기억이 사실이었음을 재차 깨달았다......... 다윈은 '살아남는 자가 이긴 것이다'라고 말한 적 없음. '잘 적응한' 자가 살아남는다고 했지. 그리고 이 소설 주인공은 '부적응자'임. 환경은 물론이요 자기 자신에게도 적응하지 못한 인간임.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며, 타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하고 생존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많은 생물학자와 인류학자가 이미 오래전 밝혀냈다. 이 소설이 쓰인 시점에서야 말할 것도 없지. 터무니없는 제목 선정의 근간에 작가의 오만이 깔려 있는 게 너무 싫었다. 내가 작업하면서 작가들한테 늘 말하는 거 중 하나도 이거임. 인용 잘못하면 우스워지니까 조심하라고.

 

제목 선정이 '가장' 불쾌했던 지점인 건 아님. 내가 가장 불쾌했던 건 얄팍함이다. '사이코패스'는 병 이름이며, 질병을 악으로 묘사하는 건 마녀사냥에서 조금도 '진화'하지 못한 무지하고 편협하며 폭력적인 중세적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함.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이코패시가 있으며 당사자와 가족들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과 눈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끊임없이 병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는 악에 짓눌리며.

4월 16일이라는 날짜는 왜 언급했나 싶다. 도대체 왜? 무슨 연관성이 있기에? 연년생이자 사회적으로 우수하지만 사실은 비열한 자신의 형에게 억눌려 왔던 감정이 폭발하는 사건과 4월 16일에 도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작가한테 정말로 물어보고 싶다. 무지해서 무례하다는 게 딱 이 짝이다.

얄팍함이 지나치니 우습기까지 한 지점. 그래서. 무려 종의 기원이라는 타이틀까지 걸어가며 내세운 사이코패스 주인공, 본문 내에서는 포식자니 프레데터니 하는 멋진 별명까지 붙여 준 주인공이 했던 짓들이 얼마나 우습냐고. 밤길에 뒤에서 쫓아오는 의문의 남성에게 느끼는 여성의 두려움 즐기기 이게 '포식자'가 하는 짓이라고? (소설 내에서 줄곧 묘사되는 다른 종류의 괴롭힘 대상이 모두 여성이었다는 또 하나의 얄팍함에 대해서는 말을 줄이고자 함.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이제 언급하기도 지긋지긋하므로.)

이 소설은 사이코패스라는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세월호 유가족에게, 세월호 일을 마음에 기억하고 아직도 4월 16일이 되면 저지른 잘못 하나 없이 죄스러워하는 많은 이에게, 여성에게 전부 폭력적이다. 기가 막히도록 약자에게만 폭력적이라는 지점에서 작가와 주인공에게서 연관성마저 느껴짐.

작가가 '악'에 매료되어 있다는 건 알겠으나 자신이 묘사하는 악이 얼마나 얄팍하고 우습고 몽매하며 선택적인지 재고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무지란 때로는 너무나도 폭력적인데.